1.모든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의 결과물
저자는 자신이 3수 끝에 2지망에 지원했던 서울대 동물학과에 입학하게 된 일, 그리고 건성건성 대학을 다니던 시절 어느 날에 백발의 미국인 교수, 그것도 하루살이 연구에 대가이신 유타대학 교수가 자기를 찾아온 일을 계기로 천지개벽하듯 자신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그는 하버드대학의 윌슨 교수 제자가 됩니다.
그는 민벌레와 개미를 연구하며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11년이나 걸렸습니다. 그후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교수를 하다가, 1994년에 서울대 교수로 부임합니다. 그는 서울대 교수로서 무엇을 연구할까 고민하다가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박새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 대학은 무려 80년이나 박새를 연구했습니다.
80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영국에서 박새가 둥지 트는 시간을 관찰하니 시간이 계속 빨라졌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박새들이 더 빨리 번식을 시작한다는 겁니다. 저자는 그런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까치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본서를 저술하기까지 25년 넘게 연구했습니다. 자신의 제자가 10여 년 연구를 이어간다면 40년짜리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외에도 2003년 무렵 제인 구달 박사를 만난 이후, 2007년부터 인도네시아에 가서 자바 긴팔원숭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과학이 늘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81p). 그래서인지 최 교수는 여러 권의 책을 썼고, 실제로 대중과 소통하는 일에 열정을 보입니다.
저자는 여기서도 젊은이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사회적 풍조나 부모님의 바라시는 일(국민소득 2~3만 불 시대 직업)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4~5만 불 시대 직업)을 하라고 권면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학문의 경계를 낮추고 넘나드는 시대(통섭의 시대)를 맞았으며, 학문의 경계를 넘는 사람들이 21세기의 주인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한 학문 분야에서 해결책을 찾는 시대는 지났으며, 21세기는 학문이 만나야 답을 찾을 수 있는 시대라는 겁니다. 자연과학을 하면서 인문 소양을 갖춘 사람, 인문학자지만 자연과학을 이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이번 세기에 살아남는 겁니다.
87p에서는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30만 평 규모이며, 천장 높이가 제일 높은 곳은 38m나 됩니다. 이곳에 가면 열대 정글, 사막,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등 세계 5대 기후를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다고 하니, 언젠가 저도 아내와 함께, 아니면 SDGs 친구들과 함께 다녀올까 합니다.
2. 양심을 만나야 비로서 공정이 됩니다.
여기서 저자는 2023년 서울대학교 하계졸업식에서 축사한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자연은 경쟁 일변도의 전쟁터가 아니라 서로 손잡으며 아름아름 돕고 사는 곳"임을 강조합니다. 최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와 같은 책들이 붐을 일으키고 있듯이 생물학자들이 본 자연의 모습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런데 인간 사회는 어떻습니까? 점점 무한경쟁의 시대로 나가고 있습니다. 빈부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공평이 아니라, 공정을 강조합니다. 공정은 가진 자의 잣대로 재는 게 아님을 그는 강조합니다. 그 예로, 키가 작은 사람과 큰 사람들에게 똑같은 높이의 의자를 나누어 주는 것은 공평하긴 하지만 공정하지 못합니다. 키가 작은 사람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나누어 주는 것이 공정입니다.
그렇듯이 서울대학교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때로는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밀어붙이는 불공정한 공평이 아니라, 속 깊고 따뜻한 공정이 우리 사회의 표준이 되게 하는 삶을 권면합니다. 한마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그런 날이 우리 사회에 하루 속히 뿌리를 내리길 기대해 봅니다.
참여자: 강복희, 김상진, 김정태, 변명수, 송현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