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유역을 따라 전 국토를 점령해나가는 가시박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소매를 걷어붙였다.
토착 식물을 위협하는 외래종 식물 가시박이 춘천에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가시박은 번식력이 좋아 성장하면서 큰 나무를 뒤덮으며 다른 식물들의 광합성을 방해한다. 2~3년이 지나면 주변 식물은 고사하고 가시박으로 뒤덮인다. 특히 가시박 자체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주변의 다른 식물을 직접 죽이기까지 한다. 이에 환경부는 2009년 6월 가시박을 생태계 교란 유해식물로 지정했다.
이렇듯 식물계의 공룡으로 불리는 가시박은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며 토종식물의 씨를 말리는 중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에서도 매년 제거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역부족이다. 하천을 따라 뒤덮인 가시박 넝쿨이 매년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시민이 직접 나섰다
가시박으로 인한 피해가 점점 커지자 올해는 시민들이 직접 나섰다. 지난달 21일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하중도 일대에서 첫 번째 ‘뽑깅’을 실시했다. ‘뽑깅’은 ‘뽑다’와 ‘조깅’의 합성어도 운동도 하고 가시박 등 유해식물도 제거하는 활동이다.
가시박 제거는 한두 번으로 끝나는 작업이 아니므로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는 정기적으로 행사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춘천사람들》 직원 및 조합원들도 지난달 25일 레고랜드 정문 근처에서 ‘뽑깅’ 활동에 나섰다.
김상진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대책을 강구하는 차원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에 참여했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다면 토종식물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많은 시민들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춘천시 공무원도 합세
시민들의 자발적 활동에 힘입어 춘천시 공무원도도 지난달 24일 고구마섬에서 가시박 제거에 나섰다. 이날 춘천시청 직원, 시민단체, 관계 기관 등에서 총 200여 명이 참여해 수변 가시박을 제거했다. 춘천시는 관련 예산을 올해 4억8천400만 원을 투입했으며, 지난 4월부터 하천과 도로변 등에서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춘천시 환경정책과는 “가시박은 번식 속도가 빠르고 수십 미터의 나무까지 뒤덮어 햇빛을 가리는 만큼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시민이 생태계 교란 식물인 가시박에 대해 이해하고, 함께 제거해 나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해결 방안 모색 안간힘
가시박은 이제 환경문제에 그치지 않고 농업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다. 한 농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시박 제거 어떻게 하나요?’라는 제목으로 “수수밭에 가시박이 생겨 수확을 포기할 지경”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 아래에는 “가시박은 정말 답이 없다”면서 “저도 옥수수밭에 1년 동안 4번 약을 치는데 못 잡고 있다”는 답글이 달렸다.
가시박 퇴치가 전국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각 지자체는 효율적인 방안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환경부·충청도·한경대에서는 공동 연구를 통해 올해부터 고압수를 이용한 가시박 제거에 들어갔다. 가시박 줄기는 비교적 부드러워서 150bar 정도의 고압력으로 물을 뿌리면 다른 식물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가시박만 제거되는 원리다. 이러한 방법은 안전하면서도 비용은 1/5로 줄이고, 속도는 5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실험에 의하면 2년 이상 실시할 시 99% 제거된다고 한다. 춘천시도 오는 8월부터 고압수를 이용한 가시박 제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홍석천 기자 chunsaram@daum.net